1.04.2014

그린랜드 ( Green Land)

1. 타이틀/타이틀백
먹구름이 검게 낀 하늘로 번개가 번쩍일때마다 자막이 나타났다 빛과 함께 사라지고,
(E)천둥소리가 들린다.
제목[Green Land]가 나와 사라질땐 비처럼 쏘아져 흘러내린다.
2. 시골 도로
(FI)비가 쏟아지는 시골의 한적한 도로가 보인다.
빗줄기가 아스팔트 도로위로 세차게 내리고 있다.
성큼 나서는 군화발. 떨어지는 빗줄기가 군화를 적신다.
뒤로 배낭을 매고 걷는다. 내뿜은 담배연기가 뒤로 날린다.
특수부대 마크와 중사 계급장이 선명하게 보인다.
특수부대 모자를 쓰고 담배를 피우며 걷고 있는 승규.
자가용 한대가 옆으로 지나간다. 달려가는 자가용 뒷모습을 보다 뒤돌아 본 후
계속 걷는 승규.
(E)자가용 소리가 들려 오면 돌아본다.
승규 : (뒤걸음 치며 손을 든다)……
승규를 지나쳐 가는 자가용.
담배를 다시 물려하면 비에 젖어 꺼져 있다. 휙 버리고 걷는 승규.
(E)트럭소리가 가까워 지면 뒤도 안 돌아보고 손만 드는 승규.
승규 옆을 지나친 트럭이 저만치에서 선다. 달려가는 승규.
3. 시골 도로/트럭
승규, 트럭문 옆으로 미소띤 얼굴을 보인다.
승규 : (표정 굳어지며)……
트럭 운전석 옆에 아낙이 꼬마를 안고 있다. 승규를 빤히 쳐다보는 꼬마.
트럭기사 : 어디까지 가슈.
승규 : 용두리로 갑니다.
트럭기사 : 버스가 다닐텐데…
승규 : 좀 걸을까 했는데, 비가 오지 뭡니까.
트럭기사 : 타슈, 괜찮다면…
승규 : 고맙습니다.
꼬마가 승규를 보고 미소를 짖는다.
짐칸에 농기구와 푸대 몇자루가 보인다. 짐칸으로 올라타는 승규.
푸대 하나를 들어 비를 피하듯 머리에 얹는 승규.
운전석에서 뒤를 보던 기사 기어를 넣고 출발한다.
4. 하늘
떨어지는 빗줄기 속에 번개가 번쩍하고 (E)천둥소리가 들린다. (FO)
5. 하늘
(FI) 맑게 개인 하늘
6. 도로/용두리 입구
도로변으로 [용두리]라고 새겨진 큰 돌 입간판이 보인다.
7. 도로/용두리 입구/트럭안
트럭 운적석에서 [용두리] 돌 입간판이 보인다.
8. 도로/용두리 입구
트럭 서행하며 멈춰 선다. 승규 내려서 조수석 옆으로 간다.
승규 : 덕분에 잘 왔습니다.
꼬마 손을 흔들고, 트럭 출발한다.
승규 돌 입간판을 보고 마을로 들어선다.
입구쪽으로 넓은 공터가 있고, 그 앞으로 내리막 길이 나 있다.
9. 하천/다리
승규 배낭을 메고 다리위를 걷다 멈춰서 하천을 내려다 본다.
물이 불어 흐르는 하천. 하천 양옆 뚝은 정비되지 않은 모습으로 돌과 풀들이 뒤엉켜 있다.
승규 : (살며시 미소를 띤다)……
(E)아이들 노는 소리가 들려온다.
10. 하천/다리
얕게 흐르는 하천.
속옷 차림으로 물놀이하는 남자아이, 그물로 고기를 잡으려는 아이들.
옹기 종기 모여 노는 여자아이들.
남자아이 몇이 여자아이들이 노는 상류로 뛴다. 서로 눈치를 보고 하천으로 오줌은 싼다.
다른 남자아이들 웃는 소리에 여자아이들 돌아보고 기겁을 하며 물 밖으로 나간다.
화가 난 여자아이들. 남자아이 옷을 집고서 놀린다.
오줌 싸던 남자아이들 빼앗으려 하고, 여자아이들 도망간다.
아이들의 모습이 사라지면서 하천물이 불어난다.
11. 하천/다리
승규 사라지는 아이들의 모습을 바라보고 있다.
다리를 건너 가는 승규.
12. 마을길/전경
정비되지 않은 흙길 위를 걷는 승규. 주위를 둘러 보며 간다.
인적은 없고, 논의 벼풀만이 바람에 흔들리고 있다.
허름한 시골집들이 띄엄띄엄 보인다.
13. 승규집앞/마당/마루
그리 높지 않은 담벼락 너머로 집 안을 보며 걷는 승규.
열린 대문으로 들어서 마당을 둘러본다. 안방과 건넌방, 사랑방이 보인다.
승규 : ……
한쪽 편에 외양간의 소가 보이고, 마당 한 쪽에 수돗가가 너저분해 보인다.
승규 : 어머니!
마루쪽으로 신발이 몇 걸레 놓여 있다. 처마끝으로 고인 빗방울이 몇 방울 떨어진다.
승규 : ……? 어머니!!……
승규 안방쪽으로 다가간다.(E)소 울음소리.
승규 : 계…계십니까?
(E)승규모 : (졸다 깬듯)뉘여?
승규 : (미소 띄며)어머니!
승규모 안방에서 화들짝 나온다.
승규모 : (정색하며)아이고, 승규야!
승규모 신발도 안 신고 승규에게로 내려 온다.
승규 : 그간 별고 없으셨죠?
승규모 : 인석아, 오문 온다꼬 기별이나 하제. (몸을 살피며)어디,어디? 다친 데는 없꼬?
승규 : (웃으며)네. 아버지는요? 논에 계세요?
승규모 : 으응, 논엔 승호가 나갔꼬. 니 애빈 벌써 몇일째 산 송장이 되얐단다.
승규 : (놀라며)네?
14. 승규집 안방
승규부 엷은 이불을 덮은채 누워 있다. 단촐한 가구에 TV, 작은 화장대가 보인다.
승규 평상복을 입고 아버지의 다리를 주무르고 있다.
과일 접시를 들고 들어 오는 승규모.
승규모 : (앉으며)에그, 옹골찬 성깔은 무덤에서도 벌떡 일어날 것 같더니만은…
승규 : 마을 사람들은요?
승규모 : (과일 깍으며)허구 헛날 모여서 상의를 한다지만, 맴들이 제각각이니... 그랴도,
니 애비가 있을적엔 모두가 한 마음이더만은….
(E)승호 : 에이, 지랄 같은 하늘, 기껏 물고를 터논케, 말짱 개는 건 뭐당가?
승규모 : (일어서며)승호 왔나베.
15. 승규집 마당/마루
승호 수돗가에서 흙범벅이된 장화를 벗으며 씻는 중이다.
승규모 마루로 나온다.
승규모 : 야야, 니 형 왔다.
승호 씻던 손이 멈칫 하더니 아무일 없는듯 계속 씻는다.
승규모 : 승규 왔당께.
승호 : (씻으며 퉁명스레)아, 왔으면 왔제, 어쩌라고.
안방에서 나오는 승규
승규모 : 저 것이 근디,
승규 : 잘 있었냐?
승호 : (보며 냉냉하게) 왔어, 언제 들어가남?
승규모 : 안가제, 이제 여서 산단다.
승호 : (허탈히 웃으며)하이고, 국가에 뼈를 묻을 줄 알았더만… (냄새 맡듯)킁킁,
엄니... 타요.
승규모 : 아참,
승규모 부엌쪽으로 간다.
승규 : …
부엌 굴뚝에서 피어 오르는 연기.
승규,승호 평상에 앉아 막걸리를 마신다. 벌컥벌컥 들이키는 승호.
승규 : 천천히 마셔라.
승호 : 커억, (고추를 된장에 찍어 먹으며)광식이 녀석도 보상금 챙겨서, 옷장사 한다더만…
승규 : 아버지도 생각이 있으시겠지.
승호 : 생각은 뭔 생각, 이자...외국 쌀이 헐값에 막 들어오는 판에, 요런 코딱지맨한 땅은
안되야. 부가가치가 없단 말시.
승규모 부엌쪽에서 부침개를 들고 다가 온다.
승규 : ……
승규모 : 도시가서 뭐해 먹꼬 살라꼬.
승규 : 아따, 암만해도 지금보다 못 하것소.
승규모 : 송충이가 뒹군다고 누에고치 된다든.
승규 : (잔 권하며)한잔 하세요.
승규모 : 오야.
16. 승규집 안방(저녁)
승규부 누워 있고, 그 앞에 승규모와 승규 앉아 있다. 승규, 통장과 도장을 내민다.
승규모 : 이…이게 뭐다냐?
승규 : 어머니가 갖고 계세요.
승규모 : 아이다. 니가 번건케, 니가 갖고 있어야제.
승규 : 그냥, 넣어 두세요.
(E)승호 : 아 뭐해, 안 갈겨?
승규 : (돌아보며)어, 간다. (일어서며)그럼, 다녀 올게요.
승규모 : (일어서며)그랴,
승규모, 승규 방을 나간다. 방에 놓인 통장과 도장.
(E)승규모 : 밤길 조심허고,
(E)승호 : 처녀귀신 나오문, 안 들어 올텐께. 지달리지 말어라.
(E)승규모 :행여나,
누워있는 승규부의 손가락이 꿈틀한다.
17. 구마을회관 전경/입구(밤)
낡은 지붕틈새로 불빛이 새어 나오고, 여기 저기 파손 되어 있다.
허름한 단층 건물 벽체는 금이가 있고, 잡풀이 을씨년스럽게 올라 있다.
입구쪽에 [용두리 마을 회관]간판은 빛이 바래있다.
승규 승호 나서며 문을 열고 들어선다.
(E)사람들의 웅성거리는 소리가 들린다.
18. 구마을회관안(밤)
마을 사람들 삼삼오오 바닥에 모여 앉아 근심스레 떠들고 있다.
승규, 승호 입구쪽에 서 있다.
승호 : 이렇다니케.
승규 :……
(E)동석 : 야, 이게 누구당가?
동석 : 승규! 맞제!
승규 : (몰라보는)누구?
동석 : 나 이 동석.
승규 : (악수하며)야, 몰라보겠다.
동석 : 흙만 먹어서 그라제. 넌 여전 하구나. 휴가 나왔냐잉?
승규 : 나도 흙먹으러 왔다.
용식 : (다가오며)왜, 짭밥이 물리던?
승규 : 너…어 용식이... 넌, 서울에 있다더니.
용식 : (악수하며)작년에 귀농했다. 야, 근데 왜 나왔냐? 그 좋은데를…
승규 : 어…
(E)광수 : 여러분, 좀 조용해 보랑께.
승규 :(보는)……
광수 사람들 앞에 나서 주목을 시킨다.
광수 : 이렇게 만날 모여서 야그해 봤자, 아무 결론도 안난당게. 우리 마을을 떠난 가구가
벌써10채여. 언제까정 요렇콤 한숨만 쉬고 있을랑가요.
어른1 : 근께, 자네 말은 뭐여? 우리가 이 땅을 버리고 떠나야 한다. 그겨?
승규 : 광…수 아냐?
동석 : 왜 아니것냐? 쟈가 안 나서면 광팔이제?
승호 : 그려도. 광수형이 저래니께 뭔가 될라하지 않소.
용식 : 글쎄다.
광수 : 생각해 보시랑께요. 모텔 들어서고 음식점 들어서면, 그 옆에서 농사나 지을라요,
동석 : (나서며)아녀라. 이장님께서 허신대로 계속 맞서야 한당께요.
어른2 : (화내듯)글다, 울도 드러 누우란 말여? 뭐여? 이놈아?
어른3 : 야, 이눔아, 오늘 내일하는 몸뚱이가 그리 중허냐? 월매나 부귀영화를 보것다고.
어른2 : 그래 이눔아, 난 천년만년 살란다.
어른1 : 무작정 떠날 순 없지 않것어?
중년1 : 막말로 배운게 도둑질이라고, 이날까정 땅만 파고 살았는데, 이제사 기술을 배워 언제
써먹것어.
아낙1 : 설마, 산 입에 거미줄 칠랍디여.
중년1 : 가만 있어. 뭘 안다고 나서 나서길…
아낙1 : (중년1 바지를 툭친다)……
용식 : 제가 한 말씀 드리겠습니다. 농작 수확량을 늘리는게 젤 큰 문젠데. 그럴려면 농지를 더
확보해야 되고, 대체 작물도 키워야 합니다.
광수 : 야, 용식이. 굶어 죽는 판에 낚시 하는 법 가르칠라냐?
용식 : 저 자식은…
승규 :(보는)……
마을 사람들 다시 웅성거린다.
19. 개발업자 회의실
다소 어두운 공간에서 한쪽 벽으로 모텔조감도 프리젠테이션 화면이 나타난다.
기획실장이 옆에서 설명중이다. 용두리마을 전경 사진으로 바뀐다.
기획실장 : (가리키며)현재 이곳 임야와 밭일각, 그리고 이곳 논 일부가 확보되었습니다.
전체 면적의 10%로써…
박사장 : 그만!
실내등이 켜진다. 박사장과 간부들 앉아 있다.
박사장 : 쓸모없는 것들만 들어왔군. 김상무!
김상무 : 예.
박사장 : 좀 더 풀어!
김상무 : 예. 알겠습니다.
20. 승규집 마당(밤)
방의 불들이 꺼져 있다. 사랑방의 방문이 보인다.
21. 승규집 사랑방(밤)
승규 혼자 자고 있다.
꿈을 꾸는듯 머리를 좌우로 뒤척이며, 미간을 찌푸린다.
(E)칼로 베는 소리가 귀에서 오싹하게 들린다.
22. 야산(밤)
(E)여기 저기 칼로 베는 소리가 크고 작게 들린다.
어둠이 짙게 깔린 야산에 풀, 나무들이 보일듯 말듯 서있다. 길게 늘어진 초소길을 따라
특수 부대원 몇 몇이 초소 경계병의 목을 베는 듯한 모습이 보이고,  
쓰러지는 경계병을 소리나지 않게 감싸며 몸을 낮추고 있다.
마지막 특수 부대원이 완료되었다는듯 신호하다.
가까이에 쓰러진 초소 경계병 옆으로 얼굴을 위장한 승규 모습.
승규의 신호에 다음 지점으로 조심스레 이동하는 특수 부대원들.
23. 야산/다른곳(밤)
땅을 파고 그 위로 풀더미를 얹어 위장한 초소에서 총부리가 살짝 보인다.
좌로 살며시 움직이는 총부리. 풀과 나뭇잎들이 바람에 살랑살랑 움직인다.
(E)풀더미 스치는 소리가 들리고, 총부리가 황급히 소리나는 쪽으로 움직인다.
풀더미에서 특수 부대원의 머리가 보일듯 말듯 한다. 잠시 정적이 흐르고,
살며시 앞으로 나오는 총부리. 특수 부대원이 앞으로 나서며 머리가 드러난다.
갑자기 풀더미가 걷힌다. 놀라는 경계병.
승규 죽일듯 얼굴을 디민고, 이내 칼이 허공에서 번쩍인다.
승규 특수 부대원에게 귀에 가리키며 주의 신호를 한다.
고개를 까딱이는 특수 부대원
24. 야산/적진지(밤)
산 상봉쪽에 위장막이 쳐져있다. 위장막 사이로 적의 사령실이 보인다.
한쪽에 지형도와 확성기도 스치듯 보인다. 저만치 대공포가 하늘을 향해 있다.
진지가 구축된 초소별로 경계를 서고 있고, 한쪽에서 지휘관이 야간 투시경으로 산 아래쪽을
관찰하고 있다. 옆으로 부관 서 있다.
야간 투시경을 통해 좌우로 야산의 모습이 보인다.
이내 작은 물체가 빛을 내며 날아 온다. 투시경을 내리며 쳐다보는 지휘관.
연막탄이 곳, 곳에서 터지며 색깔별로 연기를 낸다.
당황하는 지휘관과 경계병들. (E)총소리가 연기 사이로 틀려 온다.
승규와 특수 부대원들이 경계병의 총을 피해 육탄전을 벌인다.
지휘관과 부관 당황스레 이리 저리 싸우는 장면을 바라 본다
경계병들을 제압하고 빼앗은 총을 쏴대는 특수 부대원들.
지휘관 앞으로 나서는 승규.
지휘관 : (노려보듯)……
승규 차렷자세를 취하며 빼앗은 총으로 경례한다.
지휘관 : ...상황 종료!
특수 부대원들 허공에 총을 쏘며 환호한다. 쓰러졌던 경계병들 옷을 털며 일어난다.
부관 확성기를 들고 (E)스피커 소리를 산 아래로 향한다.
25. 야산(밤)
#22에서 쓰러져 있던 경계병들이 일어난다.
#23에서 풀더미를 걷고 나오는 경계병.
26. 야산/적진지(밤)
지휘관 담배를 승규에게 건네고 자신도 한대 문다.
승규 지휘관이 건네는 라이타불을 받아 피운다. 지휘관도 자신의 담배에 불을 붙인다.
뻘것게 타 들어가는 담배불.
27. 승규집 마당/마루(새벽)
타 들어가는 담배불.
승규 마루에 앉아 담배를 피우고 있다.
마루에서 보이는 산으로 새벽 안개가 자욱하다.
승규 담배연기를 길게 내뿜는다. 담배를 거의 다 피울때쯤,
(E)문열리는 소리가 들린다.
안방에서 승규모 옷을 추수리며 나온다.
승규 : (담배끄며)일어나셨어요?
승규모 : 으응. 어째 벌써 일어났냐? 좀 더 자지 않구?
승규 : 그냥요.
승규모 : (옆에 앉으며)잠자리 바뀐께 불편허디?
승규 : (안심시키듯)아뇨,  
승규 먼 산을 바라본다. 승규모 그런 승규의 등을 보다가.
승규모 : (나직이)승규야!
승규 : (돌아보며)예.
승규모 : (말없이 바라본다)……
승규 : (보다가)...왜요?…
승규모 : (시선피하며)아니다.
승규 : 말씀하세요.
승규모 : (일어나며)아니여, 이쟈 여서 살건디…
승규모 부엌으로 간다.
승규 : ……
승규모의 뒷모습이 힘없어 보인다.
(E)닭울음 소리가 멀리서 들려온다.

28. 논/논두렁
승규 삽으로 무너진 논두렁을 고치고 있다. 이마 위로 땀방울이 맺혀 있다.
흙더미를 쌓고 물고를 바로 잡는다.
승호 논 사이를 오가며 벼풀을 살피면서 피를 뽑는다.
주위에 인적은 없다.
승규 이마에 흐르는 땀을 훔치며 승호를 본다.
승호 허리 숙인 자세로 계속 일한다.
승규 : 승호야?
승호 : (허리숙인채 보지 않고)왜?
승규 : 좀 쉬었다 하자.
승호 : (허리펴며)어!...알았어!
승호 뽑은 피를 들고 나오려 한다. 승규 먼저 논두렁으로 오른다.
승규 손을 뻗어 승호를 올려 준다.
나란히 앉는 승규, 승호. 승규 담배를 건네 서로 피우며,
승규 : 왜 사람들이 안 보이지?
승호 : 워디서 술이나 빨고 있제... 수확이나 제대로 할랑가 몰것네…
서로 담배연기만 내 뿜는다.
승호 : (보며)근디, 성 생각은 워져.
승규 : 뭐가?
승호 : 진짜로 여서 살라고.
승규 : (보며)안그럼?
승호 : (눈길 피하며)성 이랑 나랑 뭘해도 못하것어…아부지도 예전같지 않어.
승규 : (벼풀을 보며)...저거나 걷으면...그때 다시.
(E)승규모 : (멀리서)승규야!
승규 돌아보면, 승규부 승규모 부축 받으며 논두렁 위를 한걸음 한걸음 걸어 오고 있다.
승규 : (나직이)아버지!
승호 : (으아하듯)얼레?
승호 논두렁에 그냥 앉아 있고, 승규 일어나 아버지에게로 달려간다.
넓은 논 사이로, 논두렁을 달리는 승규와 마주 걷는 승규부 승규모의 모습이 작아 보인다.
29. 구 마을회관안(밤)
마을 사람들 모여 웅성거리다. 그 틈에 은영과 아픈듯 초췌한 은영부 모습 언뜻 보인다.
광수 : (주목시키듯)아! 여러분. 좋은 일 아임까? 지금 시세의 두배랑게요.
어른3 : 젊은 것이 돈에 눈이 삐었나. 지금 선동하는거여 뭐여?
어른2 : 김가야! 아, 할말 있슴. 해야제.
중년1 : 어르신, 그렇게 역정만 내실게 아니잖요. 아무 대책두 없이 요렇코럼 있다가
막말로, 개 값도 못 받고 쫓겨나면 어쩐다요. 요번 기회에 한 몫 잡아서...
(E)승규부 : (고함치듯)땅 갖고 도박이라도 하잖겨?
사람들 쳐다본다.
승규부 승규모 승규 입구쪽에 서 있다. 동석,용식 다가간다.
웅성웅성대는 사람들.
어른1 : 어여와. 괜...찮은가?
승규부 : (나서며) 움직일만햐. 그새 맴들이 약해졌당가?
광수 : 이장어른, 이장어른께서 우덜 인생을 책임질 순 없지 않것습니까?
승규부 : 그려서 모두덜 새 인생을 찾아 보것다…이말인감?
아낙1 : 가만 앉아서 뒤통수 맞을 순 없잖것어라.
중년1 : (말리듯)당신은 암소리 말랑게.
아낙1 : 와요. 난, 뭐 꿀먹은 벙어리다요.
중년1 : 어허, 이 사람이.
승규부 : 모두덜 생각이 그런거여?
사람들 말을 못하고 서로 눈치를 본다.
승규 : (둘러보는)……
(E)은영 : 제가 나설 자리는 아닌거 같지만요.
은영 일어선다. 사람들 시선 집중한다.
승규부 : 아녀, 하고 싶은 말 있슴. 혀봐.
은영 : (낮은톤으로 천천히)만약 여기에 모텔이 생긴다면, 우리 고향은 없어지는 거잖아요.
제가 나고... 자란 곳은 여긴데... 타지에서 생활할때도... 외롭거나 힘들면…
어릴 적 추억을 생각하며 견뎠어요...언제든 돌아가면 반겨줄 고향이 있었으니까요.
승규 : ……
착찹한 표정의 사람들 얼굴이 스쳐간다.
은영 : ...어디간들 못살겠어요... 하지만...뛰어 놀던 산이며...물고기 잡던 용천은 예전 모습이
아닐것 같아요.
고개를 끄덕이는 몇몇 사람들.
동석 : 그라제!
용식 : 큰데 나가봐야 벌거 없습니다.
광수 : 담벼락 무너질때까지 놔두자고 ?
승규부 : 나가...드러누워 있을때 꿈을 꿘는디…
사람들 시선 모인다.
승규부 : 어릴적 놀던 저 뒷산을 마…악 오르는겨…월매나 신이 나던지…근디, 그 크…은 산이
글쎄, 값자기 누...런 황금으로 변하지 않것어.
사람들 눈이 커진다.
승규부 : 그랴서 그 황금을 번쩍 들고…
어른2 : 그게 말이되남?
승규부 : 그랬다니께…어찌나 신이 나던지 그 큰 황금이 하나도 안 무거운겨…빛까리는 또
어찌나 눈이 부시던지…
어른1 : 그려서, 갖고 왔어?
승규부 : 아니, 몬 갖고 왔째.
사람들 : 으째여. 왜요……
승규부 : 뒷산이 황금으로 변했다잖여…돌아갈 길도 황금으로 변해 버렸당께.
오도 가도 못허고, 황금만 들고 있는데, 눈물이 피…잉 도는겨…그러다 깼당게.
대체 이게 뭔 꿈이다냐, 생각혀 본게…
어른3 : (놀리듯)개꿈이구먼?
웃는 사람들.
승규부 : 개는 갠디. 명견이더라고… 울덜은 산을 놔둘라고만 했제…
황금으로 바꿀 생각은 못했당게.
중년1 : (의아한듯)산을 황금으로 바꾼다고라?
승규부 : (다부진 표정)그라지.
30. 승규집 마당/마루/안방(밤)
승규부 승규 부축받으며 들어서고, 승규모 뒤따른다.
승규부 : 이자...남은건 니 몫인께.
승규 : 네.
승규모 : 승호야!
승규부, 승규 마루에 걸터앉고 승규모 마루로 오른다.
승규모 : 승호야!…
승규부 : 어서 한잔 걸치고 있것제, 고연눔.
승규부 : 담배 있냐?
승규 담배를 꺼내 건네고, 불을 붙인다. 안방으로 들어가는 승규모.
안방 불이 켜진다. 승규부 담배를 들이키고 길게 내뱉는다.
(E)승규모 : (통곡하며)아이고, 이를 어째…승호야…(부르듯)승규야…,아이고…
승규부 : 왜 그랴?
승규 마루로 올라 안방으로 향한다.
승규모 방문을 열고 편지지를 승규에게 건넨다.
승규모 : 이…이거, 아이고…아이고,(탄식하듯) 이놈아!
편지를 받아 보는 승규.
(E)승규부 : 뭔데 그래싸?
승규모 : 아, 글씨, 승호 그 넘이…아이고…
승규 편지를 떨구고, 황급히 신을 싣고 마당을 뛰어 나간다.
승규부 :…….?
승규모 : (마루로 나오며)아이고, 그 돈이 워떤 돈인디…아이고,
승규부 마루에 떨어진 편지를 들어 본다.
31. 논두렁(밤)
어둠이 깔려 있는 논두렁을 달려가는 승규
(E)승호 : 아부지, 엄니 죄송혀라. 내 꼭 성공해서 돌아 올텐게...이자…성도 왔은게.
지도 하고 싶은거 함 해봐야잖소. 내, 이자쳐서 꼭 갚을탱게…그라고 성한테…
32. 승규집 마루(밤)
구겨지는 편지지. 승규부 구겨진 편지지를 꽉 쥔다. 옆에서 승규모 탄식하고 있다.
승규부 : (한숨 쉰다)..후…
승규모 : 아이고, 지 성이 어떻코럼 모은 돈인디…몸뚱아리 하나 갖고…
승규부 : (성내듯)아, 그만햐……망할 넘의 자식! 후…
33. 하천/다리(밤)
승규 숨을 몰아쉬며 다리 위로 나타난다.
승규 : (멈춰서며)헉…헉…
사방을 둘러보지만, 어둠 뿐이다. 다리 난간을 짚고 흐르는 하천 물을 바라본다.
하천물이 엷은 빛으로 알록달록 보이며 흐른다. 그위로 투영 되는 승호의 얼굴.
(E)승호 : 서엉…
투영된 승호의 얼굴이 웃는다.
승규 : (나직이)야 임마!...(엷은 미소를 띤다)
34. 다리/하늘(밤)
다리 난간을 짚고 있는 승규의 머리위로, 밤하늘의 어둠 속에 별들이 반짝인다. (FO)
35. 하늘/다리/하천(낮)
(FI)하늘이 구름 한 점 없이 맑게 개어 있다. (E)활기 찬 배경음악.
(E)사람들의 웅성소리가 들려온다.
다리 위로 흙더미가 실린 경운기가 지나가고.
다리 아래로 돌을 정리하고 풀을 뜯으며 하천을 정비하는 사람들.
그 틈에 승규, 은영 보인다.
일하는 사람들의 저마다의 얼굴, 얼굴이 열심이다.
물길에 솟아난 돌을 들어 올리면, 숨어 있던 작은 물고기가 재빨리 헤엄쳐 간다.
돌을 들어 하천가로 옮기는 사람, 그 돌을 받아 뚝을 만드는 사람.
36. 마을길
흙 실린 경운기가 서행으로 가면 그 위에서 아래로 흙 붇는 사람.
쏟아진 흙을 좌우로 헤치며 평탄하게 만드는 사람.
길 가장 자리를 정리하는 사람.
경운기가 지나갈 앞과 지나간 뒤가 확연히 차이가 나며 길이 닦인다.
37. 은영집 전경
초가지붕위로 이엉을 엮는 두어 사람. 고개를 돌리며 얼굴을 보이는 승규.
부엌에서 진흙을 개어 여기 저기 보수하는 사람
방문을 고치는 동석.
외양간을 손 보는 사람.
집 밖 한 편에서 이불을 덮고 의자에 앉아 있는 은영부.
초췌해 보이지만 밝은 눈빛으로 사람들을 바라본다.
다가가는 은영. 은영부 옆에 앉아 살피는 듯 하다 일어난다.
은영부 은영의 손을 잡는다.
승규 지붕위에서 은영을 바라본다.  
39. 과수원
그리 넓지 않은 과수원. 곳곳에서 사람들 과수들 틈으로 보인다.
가지치는 사람. 과수 변두리를 보수하는 사람. 과수를 감싸는 사람.
토양을 다지는 사람. 승규,동석,용식,중년1,어른1등이 보인다.
(E)아낙1 : 새참 드시요!
(E)활기 찬 배경음악 잦아든다.
승규 : (돌아보며)……
승규모,아낙1,은영, 밥과 막걸리가 담긴 바구니를 이고,들고 과수원 길로 들어온다.
막걸리가 사발에 수북히 담긴다. 어른1 막걸리를 마신다.
모두들 빙 둘러앉아 밥을 먹는다.
아낙1 : (과수원 둘러보며)워따. 금년 사과는 풍년이네.
동석 : 미숙엄니, 사과만 신경쓰지 말거. 미숙이 좀 오라케요.
중년1 : 갸는 여서 몬 살것단디. 워쩌...중학교를 거로 보내는게 아녔는디…
아낙1 : 니 미숙이 짝사랑혔냐?
용식 : 어디 아가씨가 있어야 말이죠.
아낙1 : 얼라, (은영 가리키며)쟈는?
은영 수줍어 한다. 승규 그런 은영을 쳐다본다.
아낙1 : 그라고본게.(가리키며)요, 요 서이 다 총각이네. 은영아이!...줄 세워야 쓰것다.
은영 얼굴이 빨개진다.
승규,동석,용식 멋적듯 웃는다
동석 : 아따, 체하것네.
모두들 웃는다.
밥먹으며 웃는 모습들이 과수나무아래로 감춰진다.
40. 개발업자 사장실
용두리 마을 사람들이 하천과 집, 논길을 보수하고 정비하는 모습들이 찍힌 사진이
한장 한장씩 보인다.
박사장 책상위로 사진들이 펼쳐 있다.
박사장 : (심각하게 쳐다본다)……
그 옆에 서 있는 김상무
박사장 : (사진 한장을 구기며)돗자리를 깔겠다!
김상무 : (보는)……
박사장 : 좋은 말로 해선 안되겠군.
41. 도로/용두리 입구(저녁)
실내등을 켠 버스 한대가 입구에 와서 서고, 한 사람 내린다.
어둠이 깔린 마을 입구로 걸어 들어 오는 사내.
불빛이 깜빡이더니 가로등이 켜진다.
눈이 부신듯 가로등을 바라보는 광수.
광수 : (손으로 눈을 가리며)……
가로등이 마을로 들어서는 길을 비추고 있다.
그 빛을 등지고 걷는 광수.
42. 승규집 마당(저녁)
승규부, 승규모, 승규 평상 위에 앉아 저녁을 먹고 있다. 승규부 옆에 물 주전자 보인다.
한 편에서 모깃불 연기가 하늘로 올라가고 있다.
여러가지 반찬 중에 고추와 된장, 고추장이 보인다.
고추를 된장에 찍어 먹는 승규. 메운듯 호호 댄다.
승규모 : 이번 고추는 검나 야무져야…
승규 : 네…(밥을 떠 먹으며)호…
승규부 : (고추를 힘껏 베먹으며)암시랑 안구만.
(E)은영 : 아주머니…
승규모, 승규 돌아보면, 대문에 은영 호박떡이 담긴 그릇을 들고 있다.
승규모 : (다가가며)어쩐일이냐?
은영 : (건네며)아버지께서 호박떡이 먹고 싶다셔서... 좀 만들어 봤어요.
승규모 : 그랴, (열어보며)으미, 맛나것다.
(E)승규부 : 만석인 좀 워떠?
은영 : 많이 좋아지셨어요.
승규 고개만 뒤돌아 은영을 보며 무심결에 고추를 고추장에 찍는다.
승규부 승규 손을 따라  빤히 쳐다본다.
(E)승규모 : 잠깐 지달려봐라.
승규모 그릇을 들고 부엌으로 간다.
승규 고추를 한입 베어 먹고 몹시 메운 표정을 짓는다.
승규 : 우…웁
승규 : (뭔가 찿는듯 밥상 보다)아버지,(손짓하며) 물…물…
승규부 : (놀리듯)워쩌, 죽것냐?…(주전자 건네며)였다.
승규 주전자를 든채 벌컥벌컥 마신다.
은영 : (보는)……
승규모 부엌쪽에서 그릇을 들고 다가온다.
승규모 : 쪼가 메울 것이다.
은영 : 고맙습니다.
승규모 : 밸소릴다헌다,
은영 : (승규부를 향해)가 볼께요.
승규부 : 밤길 괜찮것어?
승규부 승규를 발로 툭 찬다.
승규 : (보는)…?
승규부 : (하늘보며)제법 어둑헌디…
은영 : 괴...괜찮아요.
43. 마을길 일각(밤)
손전등 불빛이 길을 비추고 있다.
은영 그릇을 두 손으로 감싸 들고 걷는다.
옆에서 손전등으로 길을 비추며 나란히 걷고 있는 승규.
승규 다른데 보다가 은영을 살짝 돌아 본다.
살랑이는 바람결에 은영의 머리카락이 뒤로 물결치듯 날리고, 뒤덜미가 보일듯 말듯
머리카락이 덮었다 날렸다 한다.
어두운 배경속에 은영의 옆 얼굴이 뽀얗게 빛나고, 살며시 내리 깔은 눈매가 청아하다.
은영 살며시 고개를 돌려 승규를 본다.
승규 휙 고개를 돌려 안본척 한다.
엉뚱한 곳으로 손전등을 돌려 비춰 본다. 걸어가던 길이 어둡다.
은영 걷던 속도가 느려지고, 승규가 좀 앞서 걷게 된다.
승규 자신만 앞서 감을 느끼고 얼른 손전등으로 앞을 비춘다.
44. 은영집앞/마을 다른길 일각(밤)
산비탈로 과꽃이 화사하게 피어 있는 길에 들어서는 승규 은영.
은영 : (멈추며)고마워요.
승규 : 뭘요…들어가세요.
은영 : 네, 조심히 가세요.
저만치 가는 승규의 뒷모습을 보는 은영.
승규 손전등으로 여기 저기 비춰보며 걷는다.
45. 유흥가 앞 도로(밤)
전조등 불빛이 강하게 비친다. 보도옆으로 서는 자가용.
울긋불긋하게 비치는 네온사인 간판들.
차에서 내리는 김상무와 비서. 김상무 손엔 007가방이 들려 있다.
46. ㅇㅇ룸살롱/룸
룸에서 말쑥한 차림의 폭력배들 아가씨들과 술을 마시고 있다.
두목과 하이에나 보인다.
47. ㅇㅇ룸살롱/복도/룸(몽타주)
웨이터의 안내를 받으며 룸으로 향하는 김상무.
룸에서 술을 마시는 두목의 모습.
룸 문으로 들어서는 김상무. 쳐다보는 두목.
48. ㅇㅇ룸살롱/룸
룸 문으로 들어선 김상무, 쳐다보는 두목, 무리들과 아가씨들.

49. 마을회관 전경
벽에 구멍이 나며 마스크를 쓴 사람의 얼굴이 보인다.
한쪽편에 빛바랜 회관 간판이 놓여 있다.
해머를 내리치는 사람, 지붕을 뜯어내는 사람. 깨진 돌을 잘게 부수는 사람.
부서진 잔재를 운반하는 사람. 승규,동석,용식등 보이고, 아낙들도 보인다.
멀찌감치 승규부,어른1,어른2,어른3이 감회에 젖어 바라보고 있다.
어른2 : 김가야, 생각나냐?
어른3 : 뭐슬?
어른2 : 니, 저서 순덕이랑 연애하던거?
어른3 : 어라, 고것을, 니가 어쩌구 안다냐?
어른2 : 나가 다 봤당께. 흐흐흐…
어른3 : 우라질 넘.
어른1 : 저거이 뭐 없어지남.
승규부 : ……
어른3 : (하늘을 우러르며)순덕아이…보고 잡다…
어른2 : (같이 우러르며)마누라…내도…
어른3 : (보며)염병…
작업하는 광경이 점점 작아 보인다.
50. 마을회관이 보이는 언덕
한 사내 마을회관 철거 광경을 내려다 보고 있다.
착잡한 표정의 광수.
51. 광수집 앞/마당 전경
광수, 나뭇가지로 풀을 쳐대며 터벅터벅 걸어 온다.
마당으로 들어가는 광수
(E)광수모 : 콜록, 콜록….
안방으로 들어가는 광수.
(E)광수 : 걍, 누워계쇼…약은 먹었소?
52. 마을회관 전경
회관 진입로로 목재가 실린 트럭이 들어온다.
구회관이 말끔히 치워진 자리에 나무 기둥으로 건물 형태가 짜여져 있고,
사람들 손 놀림이 바쁘다.
승규의 못질하는 모습, 손으로 나무를 받쳐 손으로 손으로 들어 올리는 모습.
크기에 알맞게 톱질하는 모습, 트럭에서 목재를 내려 한 쪽으로 쌓는 모습.
길 한쪽에서 한 무리의 아낙들이 새참 바구니를 이거나 들고 오고 있다.
53. 마을회관 길
새참 바구니를 들고 오는 아낙들. 미소를 머금은 모습들이다.
승규모의 얼굴. 은영의 얼굴.
54. 논 전경
조금 익은 벼가  잔잔한 바람결에 흔들리며 드넓게 펼쳐 있다. (FO)
55. 조직배 창고(저녁)
(FI)눈가에 멍이 들고, 코피를 흘리며 쓰러지는 광수의 얼굴.
조직원이 쓰러진 광수를 붙들어 일으켜 세운다. 양 옆으로 조직원들이 서 있다.
광수 앞에 하이에나가 서 있다.
하이에나 : 받을 것 다 받아 먹고…손 털겠다?
광수 : (아픔을 참으며)나도 할만큼 했당게.
하이에나 발로 가슴을 찬다. 입에서 핏물을 튀기며 주저앉는 광수.
광수 : (간신히 몸을 추수리며)으…그나마…그만큼이라도 얻은게...뉘 덕인디…
하이에나 : 잔말말고…손 땔거면 다 토해 내.
광수 : (올려다 보며)건…울 땅값인디?
하이에나 : 2부이자 몰라! 계약위반이니깐, 두배 물어야지.
광수 : 계약은 뭔 계약?
하이에나 : 이게…
하이에나 얼굴을 발로 밀치듯 시커면 발이 화면을 덮는다.
56. 하늘/도로/용두리 입구(저녁)
석양의 붉은 기가 사라질듯 어둠에 드리워 있다. 그 빛으로 마을 입구가 간신히 보인다.
버스 한대가 멈춰서고, 가방을 들고 내리는 사내.
힘없이 걸으며 가로등이 서 있는 가까이 다가오면 가로등이 켜진다.
도회풍 옷을 입고 있지만, 초췌한 모습의 승호.
승호 : (불빛에 놀라며)??
어둠속으로 서둘러 몸을 숨기는 승호.
도로변에서 들어오는 한 대의 자가용.
승호 : (보는)……
피투성이의 광수 차에서 밀려 툭 쓰러지고, 간신히 몸을 일으켜 세운다.
하이에나와 운전하던 조직원. 옆에 탄 조직원 내린다.
하이에나 : 앞장서!
힘겹게 걷는 광수 뒤로 하이에나와 조직원 2명 따라 간다.
어둠 속에 몸을 숨긴 승호를 지나가는 광수의 피투성이 얼굴.
승호 : ……
저만치 가는 무리의 뒷모습을 외면하는 승호.
57. 승규집 마당/앞(밤)
안방에 불이 켜져 있다. (E)TV 소리가 간간히 새어 나온다.
가방을 들고 마당을 기웃거리는 승호.
대문에 이르러 들어가지 못하는 승호. (E)소 울음 소리가 들린다.
승호 : ……
(E)승규모 : 승규가 늦네…
(E)승규부 : 어련히 알아서 들어올까.
(E)승규모 : 당신두, 맴에 들어라?
(E)승규부 : 지 좋으면 그만이제, 나가 뭔 상관이당가.
(E)승규모 : 허이구, 안된다구는 안혀네.
승호 눈가에 눈물이 고인다.
고개를 떨구고 대문을 지나쳐 가는 승호.
58. 은영집앞/s#44(밤)
꽃이 핀 산비탈을 등지고 서 있는 은영, 그 앞에 승규 서 있다.
은영 : 들어갈게요.
승규 : 네.
서로 발을 옮기지 않고 다른 곳만 바라 본다.
은영 : ……
승규 : ……
은영 : (보며)가세요.
승규 : (보며)네...들어가세요.
은영 수줍은듯 웃으며 고개 돌리고, 승규 멋쓱해 한다.
은영 : 조심히 가세요
승규 : 네.
은영 먼저 몇 걸음 걷는다.
승규 보다가 뒤돌아 간다.
은영 멈춰서 뒤돌아 본다. 저만치 승규가 산비탈의 과꽃을 꺾어 가는 것이 보인다.
59. 마을길 일각(밤)
승규 꺾은 과꽃 냄새를 맡아 보며 걸어온다.
승규 : (미소짓는)……(인기척을 느끼고 쳐다보는)……?
광수를 앞세운 하이에나와 조직원 2명 다가온다.
승규 : (알아보고)과…광수?
광수 : (멈춰서며)승규야!
승규 광수와 조직원을 번갈아 본다.
하이에나 : 빨리가!
하이에나 광수 등을 밀면, 승규 앞으로 밀려오는 광수.
승규 : (얼굴 보며)너 왜 이래?…응!…당신들 뭡니까?
광수 : ……
하이에나 : (짜증난듯)아…이거 귀찮구만,
조직원 2명 나선다. 승규와 조직원들 대결한다 (액션)
광수 싸우는 틈에 도망간다.
하이에나와 조직원 논바닥으로 떨어진다.
승규 : (두리벙 거리다 본다)……  (FO)
60. 마을 회관 (낮)
(FI)승규의 침울한 얼굴, 승규부의 얼굴. 마을 사람들 둥그러니 서 있는 모습.
윤곽을 보인 회관 구조물이 반쯤 흉물스럽게 무너져 내려 있다.
군데,군데 부서져 버린 목재들 너부러져 있다.
이유를 모르겠다는듯 웅성웅성 거린다.
어른1 : 귀신이 곡할 노릇일세…그려.
무너진 곳을 살피고 있는 중년1.
중년1 : (살피며)이건 누가 일부러 그란것인디.
사람들 놀라며 웅성댄다.
승규부 : 일부러?
중년1 : (돌아보며)예. 여 좀 보시요. 뽑혔당게요.
좌우로 흔들린 흔적의 쓰러진 기둥.
어른3 : (성내며)워떤 넘이여, 대체?
어른2 : 울 마을 사람은 아닐테고…허참로.
승규부 : (나서며)땅만 친다고 우물 파이남.
승규부 쓰러진 목재를 들쳐맨다. 승규 옆에서 더 큰 목재를 들쳐맨다
사람들 하나 둘 다가가서 쓰러진 목재를 치운다.
61. 조직원 창고
두목 중앙에 앉아 있고, 양옆으로 조직원들 서 있다.
두목 앞에 눈을 떨구고 서 있는 하이에나와 조직원 2명.
얼굴에 멍든 자국, 반창고등을 붙이고 있다.
두목 : 하이에나!
하이에나 : (죄스러운듯) 예...형님.
두목 : (강한 어조로)하이에나!
하이에나 : (강하게)예, 형님.
두목 : 고작 그걸로 실수를 용서받겠다고?
하이에나 : (고개 떨구며)죄...죄송합니다.
두목 : …우리가 누군지 확실히 보여줘…
두목의 모습이 멀어지며 늘어선 조직원들의 전체 모습이 보인다.
62. 마을 회관
쓰러졌던 기둥들이 다시 세워져 있고, 형태를 알아 볼 정도로 지어져 있다.
일하는 마을 사람들의 모습, 모습, 모습…
한편에 승규부, 어른1,어른2,어른3 앉아 있다. 옷들이 너저분해 있다.
어른2 : (어깨 토닥이며)아이고, 삭신이여, 아이고…
어른3 : 아따, 고만혀라, 니가 나보다 많이 혔냐.
어른2 : 암만!
어른3 : (만져주며)...여기여…
어른1 : (승규부 보며 근심스레)부서진 것들은 어쩐다냐?
승규부 : …군수를 한번 더 만나야 쓰것다.
어른2,어른3. 동작을 멈추고 쳐다본다.
어른2 : (걱정스러운듯)쩌번처럼 또 몽창 가자꼬?
어른3 : 글다, 또 쓰러지면 어쩔라고?
승규부 : 이참엔 혼자 갈란다.
어른1 : (놀란듯)혼자서?
승규부 : ……
63. ㅇㅇ군청입구/도로
입구 도로앞에 서는 택시.
승규부 내린다. 승규, 작은 서류 가방을 들고 내린다.
승규부 : (군청을 올려본다)……
승규부 앞장서 들어가고, 승규 뒤따른다.
군청 건물이 높아 보인다.
64. 감자밭
초췌한 모습의  승호, 주위를 살피며 감자를 몇 개 캔다.
65. 과수원
사과를 따는 손, 승호 주위를 살피며 황급히 숨는다.
66. 마을 회관이 보이는 언덕
인적이 다니지 않는 나무들 사이에서 감자를 먹고 있는 승호.
정신없이 깨물다가 목이 메여 헛구역을 하며 다시 먹는다.
승호 : (문득 보며)……!
저멀리 마을 회관에서 검은 옷의 사내들이 마을 사람들과 실랑이를 하고 있다.
몇몇은 회관 기둥을 넘어뜨리며 부수고 있다.
승호 : ……!
67. 마을 회관
우르르 넘어지는 지붕의 나무들.
마을 사람들의 접근을 막는 조직원들 손에 각목이 들려 있다.
어쩔줄 몰라하며 우왕좌왕하고 있는 마을 사람들. 주저앉아 통곡하는 아낙 몇.
한편에 용식,동석등 젊은 사람들이 얼굴 다리등에 피를 흘리며 너부러져 있다.
회관 틀이 되던 목재들을 잘근잘근 부러뜨리는 조직원들.
68. 하늘
(E)마을 사람들의 원망 소리.
청명한 하늘. (FO)
69. 조직원 창고
검게 닫친 문이 열리면서 보이는 승규의 굳은 얼굴.
창고안에는 하이에나와 대 여섯명의 조직원들이 있다.
하이에나 : (보는)……!
승규와 조직원들 대결한다 (액션)
조직원들을 모두 쓰러뜨리고, 하이에나의 멱살을 잡는 승규.
승규 : 더 이상. 건들지 마라... 우릴 그냥 살게 놔둬.
70. 마을 회관(해질녘)
순찰차 한대, 자가용 한대가 보이고, 황폐해진 회관을 뒤로한채 경찰관들 주민을 통제하고,
형사1 회관 주위를 둘러보고 있다.
형사1 : (주민들에게 다가오며)이거 뭐...단서 될 만 한게 있어야지….
(주민을 향해)그러니까. 처음 보는 사람들이었다…이거죠.
호응하는 사람들. 그 틈에 광수 보인다.
(E)폭력배가 맞당께, 뭔 판진 몰라더...그려,그려, 시커먼 옷들을 걸치고선...
광수 눈치보며 경찰차로 뒷걸음친다. 경찰차 좌석으로 쪽지를 던져 넣는다.
71. 광수집마당(해질녘)
굴뚝에서 피어나는 연기. 뛰어 들어가는 광수, 안방으로 황급히 들어간다.
(E)광수 : 엄니, 다 쌌소?
(E)광수모 : 증말 가야쓰냐.
(E)광수 : (다급한듯)아따, 몇번을 말했어라…빨리 가야 한당게.   (E)서랍장 여는 소리.
(E)광수모 : (훌쩍이듯)에그…마을 어른들께 인사라도 혀야 안컷냐.
(E)광수 : 나가 다 혔소.
72. 하늘(해질녘)
저녁노을이 붉게 물들어 있다.
73. 하늘/언덕(해질녘)
나란히 앉아 저녁노을을 바라보고 있는 승규,은영의 뒷모습.
승규 담배를 피우고 있다.
승규 : (담배연기를 내뿜는다)휴…
담배 연기가 은영에게로 향하지 않는다.
은영 : (맡은 듯이)콜록,콜록…
승규 담배를 땅에 눌러 끈다. 담배꽁초가 몇 개 있다.
은영 : …저기...노을을 보고 있으면…엄마 생각이 나요...
승규 : (노을을 보는)……
은영 : 엄마가 그러셨거든요... 저녁 노을이 붉게 물들어 있으면…
엄마가 보고 있는거라구…
승규 : (은영을 보는)……
은영의 옆얼굴로 노을빛이 닿있다.
은영 : (엷은 미소를 띄는)……
노을을 보고 있는 승규.은영
은영, 살며시 승규 어깨로 머리를 기댄다.
두사람 앞에 노을이 길게 펼쳐 있다.
승규, 슬며시 고개를 움직여 은영의 입술로 향한다.
은영, 고개를 올리며 눈을 감는다.

74. 마을길 일각(밤)
들리는 과꽃 한 송이. 승규 과꽃을 들어 냄새를 맡으며 걷고 있다.
승규 : (미소 짓는)……
(E)사람들의 아우성소리가 저 멀리 들려온다.
승규 : (앞을 보는)……?(눈이 커진다)……!
승규 눈속으로 불길이 이글 거린다.
손에 든 과꽃이 땅으로 힘없이 떨어진다.
바닥에 거의 닿듯 떨어지는 과꽃 앞으로 달려가는 승규의 모습이 보인다.
75. 승규집 앞/마당(밤)
불타고 있는 승규집 안방. - 사랑방 쪽은 불길이 안 닿아 있다.
담장 너머에서 아우성치는 마을 사람들.
동석,용식등 청년 몇 몇이 마당에서 물을 끼얹고 있지만, 불길은 거세기만 하다.
76. 마을길 일각(밤)
달리는 승규, 머리카락이 바람을 맞으며 가볍게 넘실댄다.
거친 승규의 숨소리가 답답하게 느껴진다.
달려도 달려도 제 자리인듯…
77. 승규집 앞/마당(밤)
불타고 있는 승규집 안방. - 사랑방 쪽은 재가 뒤덮여 있다.
불끄기를 포기한채 사람들 걱정스레 쳐다만 보고 있다.
(E)승규 : 어머니?
사람들 승규를 위로하듯 팔을 잡으려 한다. 동석,용식 그을린 얼굴로 달려드는 승규를 맞는다.
동석,용식 : 승규야…
승규 : (숨을 몰아 쉬며)어머니, 아버지는?…왜 불 난거야?…
동석 : 몰...러 울도.
용식 : 기름을 부어서 꺼지지도 않아.
승규 : (사람들을 향해 찿듯)아버지?...어머니?
사람들 측은스럽기만 하다.
동석 : (방쪽보며)아마도…
불타는 지붕이 내려 앉아 마당까지 불길에 쌓인다.
승규 정신 나간듯 안으로 들어 서려한다.
승규 : (멍하니)안돼…
동석,용식 승규를 몸으로 잡아 막는다.
동석,용식 : 안돼. 들어가면,
승규 : (힘없이 꿇어앉으며 오열한다)아버지…어머니…
78. 승규집 앞/길아래(밤)
(E)오열하는 승규, 타오르는 불빛으로 땅이 이글 이글 거린다.
사람들의 뒷모습으로 승규 감추이고, 집에서 좀 떨어진 길 아래쪽에 숨어
쪼그려 앉은채 울고 있는 승호.
얼굴은 눈물로 얼룩져 있고, 몸을 부들 부들 떨면서 누가 들을새라 가방끈을
꽉 문채 울고 있다.
79. 승규집 앞/전경(밤)
불타는 집, 대문 쪽으로 승규 절하듯 엎드려 울고 있고, 그 뒤로 사람들 서있다.
(E)오열하는 승규의 목소리가 타오르는 불에 덮힌다.(FO)
80. 승규집 전경/마당/대문(새벽)
(FI)재가 되어버린 승규집 안방. 대문 쪽에 가부좌로 앉은 승규, 고개를 떨군채 움직이지 않는다.
안개가 집 주변을 덮고 있다.
승규 : (눈을 내리깐채)……
(E)승호 :(나직이)서…엉!
승규 : (눈을 치켜뜬다)……!
승호 뒤쪽에서 가방을 안은채 천천히 다가 오고 있다.
승호 : 서…엉...미안혀…
승규 : (미동도 없이)뭐가?
승호, 승규 뒤 쪽으로 무릎을 꿇고 앉는다.
승호 : (울먹이듯)…무서웠어…한 두 놈도 아이고…
고개를 드는 승규의 뒷모습.
승호 : 설마...아부지…엄니를...
승규 : (고개 돌려 보며)알았던거야!
승호 : (애써 변명하듯)쩌번에도 그런 일 있었은께…이번에도…
승규 뒤돌아 넘어지듯 승호를 때리고, 올라타서 멱살을 잡는다.
승규 : 그걸 말이라고해!
승호 : 괘…괜찮것지..혔지…
승규 : (한대 때리고 멱살 흔들며)언제까지…언제까지 그렇게 도망만 다닐거야. 엉!
승호 입가에서 피가 흐른다.
승호 : (괴로워하며)미…미안혀.성.
승규 멱살을 놓으며 옆으로 앉는다. 몸을 일으키는 승호.
승규 : …아버지,어머니 뵈라…
승규 일어나 재가 되버린 안방으로 걸어 간다.
승호 일어나 뒤따른다.
안방쪽에서 잔재를 걷어내는 승규, 승호.
대문으로 바구니를 든 은영의 모습이 반쯤 보인다.
은영 : ……
유골을 집어드는 떨리는 손.
승호 : (울먹이며)어..엄니.
승규 어금니를 앙다물며 유골을 줍는다.
은영 바구니를 대문안쪽에 내려 놓고 돌아간다.
바구니 안에 보이는 막걸리,찐감자.
81. 조직원 사무실
탁자 위로 놓이는 커피, 여직원 커피를 놓고 나간다.
김상무, 두목 테이블에 마주 앉아 있다.
두목 : 드시죠.
김상무 : 왜, 경찰까지 끌어 들입니까?
두목 : 걱정마시죠.
김상무 : 아무런 성과도 없이…
두목 : 왜 이리, 조급하십니까?
김상무 : 우리 사업에 차질이 생깁니다.
두목 : 이번 주 안으로 좋은 소식 있을 겁니다.
김상무 : 그럼, 믿고 갑니다.
두목 : 벌써요.
김상무 일어선다.
두목 : (꾸부정히 일어서며)멀리 안 나갑니다.
문을 열고 나가는 김상무.
두목 : 씨부랄.
82. 승규집 앞/대문/전경
은영,아낙1 새참거리를 들고 대문을 들어 선다.
승규, 승호, 동석, 용식,중년1,어른1, 등이 새 집을 짓고 있다.
집틀이 잡힌 상태에서 세부 작업들을 하고 있다.
83. 승규집 앞/대문/하늘(해질녘)
대문을 나서는 동석, 용식
승규 : (뒤따라나서며) 수고했다.
동석 : (가며)뭔소리여.
용식 : (가며)술 생각나면 와.
승규 : 그래.
승규 대문으로 들어 선다.
(E)아낙2 : 일 나것네. 이를어쩌.
(E)아낙3 : 근케 말이여. 뭐땜시 또 왔을까잉?
승규 : (뒤돌아본다)…
아낙2,아낙3이 휙 지나간다.
승규 나가서 본다. 걸어 가고 있는 아낙2, 아낙3의 뒷모습.
(E)아낙2 : 할만하문, 뭔일이 생깅케, 불안혀 죽것어.
(E)아낙3 : 누가아니랴, 또 초상치르는거 아닝가 몰것네…
(E)아낙2 : 재수 없는 소리 말랑께.
승규 마을 입구쪽을 바라본다.
(E)은영 : 저도 갈게요.
승규 : (보며) 네.
은영 길로 나와 서있다. 승규를 빤히 쳐다보며 서 있는 은영.
은영 : (미소를 머금고)……
승규 : (무표정하게 보는)……
은영 : (무표정한 얼굴로 바뀌는)……
승규 : (안쪽을 향해)승호야, 손전등 좀 가져와.
(E)승호 : (밝게)오케이.
승규 : (보는)……
은영 미소지으며 고개 숙인채 몸을 비비꼰다.
승호 나와서 승규에게 손전등을 건넨다.
승규 : 오늘은...니가 은영씨 좀 배웅해라.
승호 : (의아히)엉?
은영 : (의아히 올려보며)……?
승규 : 할게 좀 있어서요.
승호 : 뭔디? 나가 하께.
승규 : 아니야, 어서 가...잘가요.
은영 : (서운한듯)내일 봐요…
승호,은영 돌아서 간다.
승규 : (보는)……
사뿐히 걷는 은영의 발, 봉긋한 엉덩이, 요염한 허리, 가느다란 손마디, 가지런한 머리결.
승규 : 은영씨!
은영 : (돌아서며)네?
은영의 머리카락이 얼굴을 따라 돈다.
승규 한손을 번쩍들어 하늘을 가리킨다.
은영 하늘을 올려본다.
승규의 손위로 저녁 노을이 붉게 물들어 있다.
승규 : (미소짓는)…
은영 : (승규보며 미소짓는)…
승규 올렸던 손을 흔든다.
은영 : (살짝 손을 올려 흔든다)…
승규 : 승호야! 부탁해.
승호 : (괜한 걱정한다는듯)아따.
승호,은영 뒤돌아 간다.
승규 : ……
승규 비장한 표정으로 뒤돌아 선다.
84. 도로/용두리 입구(해질녘)
입구쪽에 자가용, 봉고차 2대 서 있다.
두목,하이에나 보이고, 조직원들 여기 저기 어수선하게 서 있다.
하이에나 : 형님, 더 있어야 합니까?
두목 : 기다려…오늘 밤만 지나면...여기에 모텔이 선다 이거지…
저기 가로등이 신호다.
하이에나 : 네.
두목 : ...사람은 건들지 마라, 시끄럽다.
하이에나 : 알겠습니다.
깜빡깜빡이며 켜지는 가로등.
하이에나 : 야! 모두 집합.
흩어져 있던 조직원들 정렬한다. 20여명은 되는듯하다.
두목 : (앞에 나서)말했듯이, 농작물만 뒤엎는다.
조직원들의 무표정한 얼굴, 얼굴
두목 : 조용히…은밀하게…출발!
조직원들 나서는데 꺼지는 가로등. 어둠이 깔리고, 시야가 좁아진다.
멈칫하는 조직원들
두목 : 응?
내리막길에서 올라오는 한 개의 검은 얼굴, 뒤에서 비치는 엷은 빛을 받으며 오르고 있다.
하이에나 : ……?
한 걸음, 한 걸음. 중압감이 느껴지며 나타나는 검은 물체의 사람.
군화 발이 성큼 나선다. 한 걸음, 한걸음.
손끝을 자른 장갑을 낀 손이 좌에서 우로 쓰윽 지나간다.
걸어가는 승규의 옆모습으로 특수부대마크가 보인다.
하이에나 : (두목에게 다가가)그 놈입니다.
두목 : 음…
조직원들과 정면에 마주선 승규.
두목 : 예비군이야?
승규 : 돌아들 가시오.
하이에나 : (나서며)눈에 뵈는게 없지? 가자!
승규 조직원들 대결      (액션)
조직원들 승규의 가격에 차례 차례 쓰러진다.
반 정도 남고, 나머지는 쓰러져 있다. 승규 숨이 차 온다.
켜지는 전조등이 승규의 몸을 비춘다. 두목이 자가용 등을 켜고 앉아 있다.
하이에나 : 장비 들어!
조직원들 우르르 몰려가 자가용, 봉고차에서 각목을 꺼낸다.
각목든 조직원들과 승규 대결   (액션)
각목으로 다리와 이마를 동시에 맞는다. 산산이 부서지는 각목.
승규 허공에 붕떠서 떨어진다.
승규 : (머리가 핑돈다)……
승규 내리치는 각목 피하고, 비틀대며 일어서면 하이에나 뒤에서 칼을 꼿는다.
하이에나 칼을 뽑으면 가뿐 숨을 몰아쉬며 풀썩 주저앉는 승규.
승규의 귓가에서 (E)전투상황이 벌어진듯한 소리가 윙윙댄다.
승규 주위로 접근하는 조직원들. 각목하나가 허공을 가르며 내리쳐 진다.
승규 손을 올려 각목을 막으면 부서지는 각목.
몇번의 액션 후, 무차별적으로 내리쳐지는 각목. 그 중 한 개가 승규 뒤통수를 친다.
승규 머리를 가누지 못하다 뒤로 그대로 넘어진다.
쓰러진 승규 더 이상 일어설 힘도 정신도 없는듯 멍한 눈으로 몸을 뒤튼다.
저 멀리서 환청인듯 들려온다.
(E)승호 : (울먹이듯)서…엉!
하이에나, 조직원 몇 쳐다본다.
승호 한 손에 낫을 들고 내리막길을 치달려 오르고 있다.
승호 : (울분에 쌓인듯)서…엉!
하이에나 : 저건 또 뭐야.
조직원과 하이에나 나선다.
승규 마지막 안간힘으로 하이에나의 목을 뒤에서 좌우로 교차해서 잡아 조른다.
조직원들 승규의 등을 각목으로 치지만, 승규의 손은 더욱 조인다.
하이에나 칼을 뒤로 향해 승규 배를 찌른다.
승호 : (멈춰서며)성!
승규 : (엷은 미소를 띤다)……
하이에나 칼을 뽑는다. 비틀대는 승규.
승규 : (귀에 대고) 잘봐, 내 동생이야.
승규 하이에나의 목을 비틀고, 힘없이 넘어지고, 하이에나 옆으로 돌며 풀썩 쓰러진다.
조직원 하이에나를 끌고 차로 이동하고, 승호 달려들며 낫을 휘두른다.
조직원 각목으로 승호의 낫을 내리친다.
승호 몸을 날려 조직원을 넘어뜨리고 때린다. 승호에게 다가가는 조직원들.
(E)함성소리
조직원들 쳐다보면, 온 마을 사람들이 손에 손에 농기구를 쳐들고 달려 온다.
동석,용식,중년1,아낙1, 은영, 은영부, 마을 사람들 속에 보인다.
조직원들 당황하며 뒤걸음치며 차로 향한다.
두목 시동을 걸어 차를 뒤로 빼는 순간,
도로에서 자가용과 순찰차들(진압차)이 순찰등을 깜박이며 진입한다.  
승호 쓰러진 승규 옆으로 미친듯 기어온다.
마을 사람들 몇 몇 도망가려는 조직원들을 쫓아가 붙잡고,
형사1 : (두목에게 다가가)박사장이 안부 전하더군…내려!
마을 사람들 승규에게 다가가 빙 둘러서듯 서서 측은히 바라본다.
승규 미소를 머금고 승호를 본다. 승규를 사이에 두고 반대쪽으로 앉는 은영.
승규 말을 못하고 은영을 본다. 은영의 눈가에 눈물이 고여있다.
승규 손을 올려 만지려 하다 떨군다.
은영 그런 승규의 손을 두 손으로 들어 올려 자신의 뺨에 댄다.
승규 눈이 멍해지며 손에 힘이 없다.
마을 사람들이 승규를 에워싸고, 저 쪽에서 경찰(진압요원)들이 조직원들을 붙잡아 끌고 간다.
(FO)
85. 자막
1년 후.
86. 마을 회관 전경(해질녘)
(FI)말끔하게 지어진 마을 회관 전경, 깨끗한 [용두리 마을 회관] 간판.
(E)주례 : 생략
87. 마을 회관 안
한쌍의 결혼식이 진행 중이다. 마을 사람들 말쑥한 차림으로 앉아 있다.
미소띤 얼굴, 얼굴들. 광수 옆에 아가씨와 아낙 앉아 있다.
아낙1 옆에 젊은 아가씨 앉아 있고, 동석이 꽃을 준다.
신랑얼굴이 보이며 승호가 서있고, 신부 얼굴이 보이며 젊은 외국여자가 서있다.
88. 마을 회관 전경(해질녘)
마을 회관 건물이 차츰 멀어진다.
89. 마을 회관이 보이는 언덕/하늘(해질녘)
저 멀리 마을 회관이 보이고, 황금색을 내는 논이 드넓게 펼쳐진다.
보이는 마을 길이며, 집들이 더욱 깔끔한 모습이다.
한쪽에서 뻗어 반대 방향으로 저녁 노을이 붉게 져 있다.
언덕 위에 나무 한그루가 덩그라니 자라 있고, 그 옆에 무덤 하나가 솟아 있다.
그 무덤 옆에 과꽃 한다발이 놓여 있고, 긴머리채의 여자가 바람결에 머리카락을 날리며
노을을 바라보고 있다. (F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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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놉시스 (synopsis)

1. 제 목
      그린랜드 ( Green Land )
2. 주 제
1) 장르  : 농촌 배경의 휴먼 드라마, 액션
2) 주제  : 삶의 터전인 땅을 통해 삶에 대한 자세를 이야기한다.
3) 전개  : ① 제대하고 시골로 귀향한 승규
② 마을 사람들의 갈등과 화합
③ 조직과의 마찰
④ 희생과 마을의 재건
4) 대상  : 19세 이상
3. 기 획
낙후된 농촌을 변모시키듯 삶에 있어 긍정적이고 적극적인 자세를 지향하고,
액션을 가미하여, 무엇을 위해 싸워야하는지 생각해 보고 싶었음.
4. 주요인물
승규 ( 30초 ) 10여년을 특수 부대원 생활 후 귀농.  
승규부 ( 60중 ) 마을이장. 평생 농촌에서 생활. 리더쉽이 있슴.
승규모 ( 50중 ) 정형적인 농촌 어머니
승호 ( 20후 ) 농촌 생활에 불만이 많음. 위험은 회피 하려 함.
은영 ( 20중 ) 의연스러움. 도시생활 경험이 있슴.
광수 ( 30초 ) 사리사욕적임.
5. 줄거리
10여년을 특수 부대원으로 복무한 승규는 전쟁에 대한 긴장감을 떨치려,
제대를 하여 시골 고향으로 돌아온다. 하지만, 고향은 모텔로 개발될 위기에
놓여 있고, 마을 이장인 아버지는 정신을 잃고 쓰러져 계신다.
마을 사람들은 어찌해야 할지 모르고 나날이 불안하기만 하다.
마을 이장의 설득으로 마을 사람들은 고향 땅을 살기 좋은 곳으로 바꾸려
일치 단결한다. 이에 개발업자는 조직 폭력배를 동원하여 음모를 꾸미기 시작한다.
앞장서서 마을 개발에 힘쓰던 승규는 은영에게 연민을 느끼게 되지만…
돈을 훔쳐 달아났던 승호는 가진 돈을 소진한채, 고향으로 돌아와 반성하게 되고,
아버지와 형의 뒤를 이어 고향의 발전에 힘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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