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촛불집회
정치에 별로 관심이 없고, 집회 장소에 따로 볼 일이 없는 내게는 그저 역사의 한 장면일 뿐이지만, 즐겁고 유쾌한 축제의 분위기는 아니라는 것이 씁쓸한 인상을 남기기에 몇 자 적고자 한다.
민주주의적 의식과 법적 근거에 따라 행하는 정당한 집회를 힐책하고자 하는 것이 아니라, 그 집회가 전체를 대변하는 것 같은 양상이 잘못되었다는 생각이 든다.
민심은 천심이라는 말을 인용하자면, 국민의 과반수이상의 뜻이 그러하다면, 굳이 저렇게 가시적으로 표출해야 하는가? 하는 의문을 떨칠 수가 없다. 고사(故事)에 이르기를 어느 임금이 자신의 정치가 어떠한지, 민심을 살피러 농가에 들러 농부에게 사는 형편을 묻자, 자족하며 땀 흘려 일하는 것에 만족한다고 하고, 임금이 누구인지 묻는 질문에는 모른다고 답하자, 임금은 흡족해 했다는 이야기를 기억한다. 정치는 드러내는 것이 아니라 은연중으로 국민의 안위를 살피는 것이라는 옛 사상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하지만 시대가 변한 탓인가? 표현하지 않으면 알 수 없는 소통의 부재가 더 커진 탓인가?
민주주의 법에 의하여 스스로 뽑은 대통령을 탄핵이라는 이름으로 스스로 하야(下野)시키려 하는 형국에는 작금(昨今)의 국가 원수의 모습들이 참으로 안쓰럽기 그지없음을 느낀다.
이는 여측이심(如廁二心 : 화장실 갈 때와 올 때의 마음이 다르다.)같은 국민성이 묻어 있다.
지조와 절개를 미덕으로 여기던 선조들의 마음이 경제적 관념으로 인하여 퇴색되어 감을 느낀 지 오래다.
지금의 국민 중 누군가가 대통령이 되면 어차피 마찬가지 아니겠는가!
특출한 위인이 시대를 선도하는 이야기는 위인전집에서나 가능한 일이지 현실은 그저 겉포장만 화려하게 꾸미는데 혈안일 뿐이다. 돈, 권력, 명예를 추구하는 것이 잘못이 아니라 그것을 위한 수단의 선택이 잘못된 사회의 분위기가 흠뻑 묻어난다.
결론은 지금의 대통령이 잘못이라기보다는 집회에 참석하고 있는 개개인 모두 그리고 침묵하고 있는 대다수 국민이 결국은 똑같단 소리다. 가진 자 옆에 서려하고, 힘 있는 자의 힘을 빌려 이름을 날리려는 것은 인지상정(人之常情)이 아닌지 되묻고 싶다.
그게 지금의 우리나라의 모습임을 느낀다.
P.S. 鼓腹擊壤(고복격양) - 요나라 임금의 일화.
대통령의 탄핵이 가결되든 부결되든 그에 대한 책임은 져야한다. 그 책임은 지금의 세대가 짊어지는 것이 아니라, 다음 세대 혹은 그 다음 세대가 역사로써 이어가게 될 것이다.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다고 자부하는 만큼 당연한 행동을 한 것이므로 대외적으로 자랑할 것도 없을 것이요, 부끄러운 과거사가 된다 하더라도 은폐, 축소하려 하면 안 될 것이다. (최종 수정 2016. 12. 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