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나는 자면서 꿈을 꾸고 있다.
맨살을 꼬집어 보지는 않았지만 느낄 수는 있다.
번잡한 도심의 거리에서 버스를 기다리려고 하는데, 정류장이 어딘지, 몇 번 버스를 타고 어디를 가려는지 스스로 알 수 없다.
도로의 구획은 낯설지 않다는 건 확실하다. 언젠가 또 다른 꿈에서 봤다는 익숙함이 느껴졌기 때문이다.
길을 재촉하는 사람들, 분주하게 도로 위를 달리는 차들을 보면서 버스를 기다리는 사람들 틈에 끼어 보려는데 도무지 목적지가 생각이 나질 않는다. 버스는 늘 일정한 경로를 주행하기에 번호만 기억하고 있는데 어떻게 된 영문인지 도무지 그 버스의 번호가 생각이 나질 않는다. 기억의 기억을 더듬어 겨우 떠오른 버스는 아주 먼 과거의 집으로 가는 버스라는 걸 깨달았다. 거기엔 아무도 없다는 허탈감에 잠시 침울해지려는 순간, 버스보다는 지하철이 낫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서울의 지하철 전 노선이 그려진 이미지가 눈앞에 펼쳐졌지만 몇 번 노선을 어느 역에서 타고 어디로 가야 할지 모른다는 것을 느껴야 했다.
지나가던 어느 꼬마가 가까이에 지하철역이 있음을 알려주었다. 고맙다고 말하려는데 벌써 알고 있다는 생각에 감사의 말을 삼켰다. 타는 곳이 어디든 목적지만이라도 알고 있으면 돌고 돌아서라도 갈 수 있을 텐데, 지나치던 역은 기억이 나는 것 같은데 어디서 내려야 할지 몰랐다. 망막함 속에 멍하니 있다가 잠에서 깨었고 몇 분을 혼돈 속에 있어야 했다.
여기가 어디지? 지금 나는 누구지? 무엇을 하려고 하던 참이지?
집안 물건들이 눈에 들어오면서 현실을 깨달아 갔다. 지금의 처지가 꿈에서 재현되었다고 느끼면서 어떤 허무함이 밀려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