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24.2018
8.20.2018
눈물이 나려 한 날
2018년 08월 19일 일요일.
무더위가 심했던 여름 날씨가, 가만히 걸으면 땀은 나지 않을 정도가 되어 가고 있다.
오전 10시가 가까워 올 즈음. 하루의 일과처럼 동네 한 바퀴를 산책하고 있다. 단독주택이 계획된 것처럼 잘 세워진 동네의 길거리는 언제나처럼 인적이 드물다. 또한 건물마다 나 있는 창문에서는 사람이 있을 법한 소리는 새어나오지 않고 있다. 건물너머 도로에서 버스가 지나는 소리는 주의를 기울이지 않은지 오래다. 저만치 한둘 사람의 모습과 자동차 시동 소리가 들리기는 하지만 왠지 혼자만 걷고 있다는 느낌을 받은 순간, 시원한 바람이 어깨를 스치면서 스산한 기분을 일으킴과 동시에 가슴 저 밑에서 울컥하는 무엇인가가 솟아올랐다.
선글라스 낀 눈에 보이는 하늘은 하얀 구름이 흩뿌려져 있는 듯해도 분명, 태양은 밝게 빛나고 있다. 무엇일까? 왜 일까? 이 동네에서의 생활이 8년을 넘어가고 있다고는 해도 특별히 정이든 것도 아닌데. 늦깎이 수험생을 핑계로 마음 속 초야(草野)에 묻혀 진척이 의심되는 만학의 길을 가면서, 안하무인(眼下無人)격인 집주인의 심사(心思)를 거슬러, 뜻하지 않은 이사(移徙)의 결정을 하게 만들었다는 후회는 없는데. 다만 지천명(知天命)을 넘겨버린 세월에 남들만큼의 경제적 수준을 이루지 못했다는 것뿐인데. 힘을 잃어가는 근육처럼 마음마저 약해지고 있는 것을 느꼈다. 그간의 산전수전(山戰水戰)에 비하면 별다를 것도 없는데. 마음이 한없이 작아지는 경험을 하는 순간이었다.
이루어 놓은 것은 높지 않아도 올라가려하는 의지는 사그라지지 말자고. 굳이 철학적 고민은 접어 두자고, 억지 억지로 마음을 추스른다.
그리운 이의 부드러운 포옹이 무엇보다 아쉬운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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