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6.2016

의사의 독선

이 글에서 말하는 의사란 타인의 신체나 정신을 진단하고 치료하는 행위를 하는 모든 이를 통틀어 가리키는 상징적인 의미로 정의하고 말하고자 한다.
내가 지금까지 치료받은 경험을 바탕으로 되짚어 볼까 한다.

1976년경 손목, 발목 골절로 접골원 같은 곳에서 치료 받음. 이후 오른쪽 발뒤꿈치 뼈가 틀어짐. 경제적 형편상 제대로 된 치료를 받지 못한 점도 있지만, 후유증상은 평생 남게 됨.

1987년경 이비인후과에서 알레르기비염 치료를 받음. 한번 치료로 끝난다고 했던 것 같은데 2년 후 재발함. 이후 분무식 습윤제로 버팀.

1988년경 안과에서 시력 검사 후 안경 맞춤. 그 후 25여 년 동안 안경을 서너 번 바꾼 기억이 남. 안경 도수의 변화를 잘 못 느꼈는데 시력이 곱절이상 떨어진 걸 느낌. 안경을 제작한 안경사의 전문성에 원인을 돌리는 것은 아니지만, 착용하다보면 적응된다는 말에는 치명적인 위험이 도사리고 있음을 눈으로 체험하게 됨.

2006년 바위 위로 뛰어 내리다 예전부터 조금 비정상이 되어버린 오른쪽 발뒤꿈치 뼈가 으스러지는 사고를 냄. 응급실에서 X-Ray 찍고 반 깁스를 해 줌. 한의원에서 침으로 피를 뽑음. 1회 가고 안감. 2주 정도면 낫는다고 했는데 걸어 다닐 수 있게 된 게 6개월 후였음. 그 후로 정형외과를 갔더니 ‘피를 왜 뽑았냐?’며 이미 뼈가 붙어버려 치료시기가 늦었다면서 의학 지식을 뇌까림. 전기 치료 1회 받은 후 안감. 집에서 혼자 발목 비틀어가며 재활치료하여 정상적으로 걸어 다니게 됨.

2015년 9월부터 동네 치과에서 임플란트 수술을 받음. 견적을 알아보았던 다른 두 군데에서는 더 쓸 수 있을 것 같은 치아까지 뽑으려고 작정을 함. 수술 받은 임플란트 크라운 뒷면에 메탈이 부착되어 있어서 기대했던 모양과 다름에 당황스러웠으나, 치아의 반 이상을 해야 하는 경제적 부담으로 자포자기하는 심정으로 수술 받음. 수술 전 그런 설명이 있었다면 조정을 했을 것인데 은근히 후회와 원망이 남음. 또한 임플란트한 윗 어금니 세 개가 들뜨는 현상이 발생하며 다시 제작하게 되면서 잇몸이 조금 썩어 도려냈음. 내게는 설명해 주지 않고 의사와 간호사가 주고받는 말로 들음. 치아가 빠진 원인에 있어서 그 치과의 위생에도 문제가 있었음을 짐작하게 됨. ‘병원에서 병이 옮는다.’고, 치주질환으로 치료 받은 후, 다른 치아를 살펴봐 주는듯하면서 쿡 찔러보는 치아는 오래지 않아 빼버리고 말았음. 어차피 빠질 치아지만 시기가 빨리 왔다고나 할까.

같은 해 겨울 시작 무렵 바로 눈앞의 글이 안경을 벗어야 더 잘 보이는 신기한 현상이 생김. 눈이 다시 좋아지는 것 같은 착각을 하게 됨. 안경을 새로 맞추기 위해 안과에서 시력 측정을  했는데, 간호사가 시력 검사를 하면서 내 얘기는 들으려고도 안함. 노안이 오면 초점이 점점 멀어진다고 자기 혼자 말함. 그 말이 듣고 싶은 것이 아니었는데. 안과 원장이 그 당시 착용했던 안경 도수 그대로 맞추면 된다고 하여, 안경점에 가서 안경을 맞췄는데, 시력 측정하면서 끼는 시험용 안경과 다른 눈의 초점을 느낌. 안경사에게서 또 다시 듣는 말 ‘적응하면 된다.’는 말. 동일한 도수로 맞추는 것인데 무얼 적응한다는 것인지 황당해짐. 다시 제작해 주려는 의도가 없는 듯 보여 화가 나서 다른 안과에서 시력교정수술인 라섹(LASEK)을 받음. 처음 3일간 눈이 퉁퉁 부으며 무지 가렵고, 따가웠는데 괜찮다고 함. 나중에 인터넷으로 알아보니 안약에 첨가된 방부제에 의한 알레르기 반응으로 추측함. 이 후 처방된 안약 중 알레르기 반응을 보인 안약은 빼고 처방 받음. 하지만 치료용 스테로이드 안약은 지속적으로 넣었고 그로인한 부작용인지 불분명하지만, 오른쪽 눈 망막 시신경에 물혹이 생겨, 가로 직선이 휘어 보이는 현상을 겪음. 수술적인 방법은 대학병원에서 한다며 먹는 약만 처방해 줌. 한 달을 복용 후 약을 끊은 지 2주일 후에 조금 좋아지는 느낌을 받고, 약에 대한 신뢰가 가지 않음. 다음 한 달분 처방전을 받았지만 복용하지 않았고, 눈은 자연적으로 좀 더 좋아진 느낌을 받음. - 개인적인 생각으로 그때 처방해준 약은 망막 혈관의 순환을 돕는 효능이 있다고 되어 있지만, 내 몸은 이상지질혈증(고지혈증)이 있었고, 그걸 완화하기위해 땅콩을 먹기 시작했던 것이 효과가 있었다고 판단함. - 정기 재방문 하여 기본 검사 상으로 눈 상태는 좋다고 함. 원인을 알 수 없다는 망막 시신경의 물혹은 시력교정술과 무관한 증상이라며 그에 대한 2회 분의 각막 CT촬영과 처방전에 대한 진료비는 지불해야 했음.

2016년 국민건강보험의 건강검진을 받던 중 위 내시경 검사에서 종양이 발견되어 조직검사를 함. 1주일 후 결과를 듣기위해 찾아 갔는데, 간호사가 의사에게 보이라며 온통 영어로 쓰인 조직검사 결과용지를 건네줌.
No Helicobacter라는 글자만 눈에 들어 왔음. 의사가 외국분이냐고 묻고 싶었음. 과형성용종이라는 나쁘지 않는 종양이라고 함. 소화성 궤양 치료제를 1개월분 처방해 주고, 3개월 후 내시경 검사를 다시 해보자고 함. 처방약을 구입하는데 내가 사는 동네 약국에는 없고, 건강 검진 받은 병원 옆에 위치한 약국에는 있었음. 동네 약국에서 주문하면 살 수 있었지만 기다리는 게 귀찮아서 그 약국까지 다시 가서 삼. 2주 정도 치료제를 복용 중 위가 꼬이는 찌릿함을 느끼고 복용 중지 함. 3개월 후 내시경 검사를 받아야 할지 망설여짐. 어차피 국민건강보험 건강검진 상 2년 마다 위 내시경 검사를 하기 때문임.


현대의학의 눈부신 발전을 이르는 말로 ‘평균수명’이 늘어났다고 말을 한다.
하지만 평균수명이란 전쟁, 전염병, 대형 참사와 같은 대량 인명 사고가 발생하지만 않는다면 늘어나게 되어 있다. 인간의 수명은 여전히 ‘최장수명’의 한계에서 주저앉아 있을 수밖에 없는  모양새를 하고 있다. 의학이 아무리 발전한다고 하더라도 생명에 대한 매커니즘(Mechanism, 체제)은 정복할 수 없다. 왜냐하면 그때는 신의 경지에 이르렀다는 것을 뜻하기 때문이다.
큰 병원에는 어김없이 ‘장례식장’이 있다. 그것은 의학의 한계를 당당하게 말해주는 증거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의사들의 진료에는 믿음과 신뢰의 선을 넘어 절대적인 독선이 있음을 느낀다. 잘못된 판단에 의한 결과는 오롯이 환자의 몫이다. 그것이 의술의 한계에 의한 불가피한 선택일지라도 말이다.
의사의 독선이라 함은 환자를 진료함에 있어서 환자의 말에 귀 기울이지 않고, 의사 본인의 의학적 지식에 따라 환자의 병(病)을 임의로 진단하고, 치료에 있어 영리를 꾀하는 의사의 행위로 일컫고 싶다.

이 땅의 의사들에게 묻고 싶다. 남루하고 핼쑥한 환자가 찾아와서 복통을 호소하여 진찰한 결과 영양실조라면 어떤 처방을 하겠는가?
영양제 주사를 놔주고 치료비를 청구하겠는가?
아니면 장기려(1911∼1995) 박사와 같이 환자의 손에 돈을 쥐어주면서 맛있는 것을 사먹으라고 하겠는가?
의학 상식이 부족한 우문(愚問)이었지만, 진정 환자를 위한 것이 어떤 것인지를 단적으로 묻고 싶은 의도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