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30.2016

미인어를 통해 본 시대상



미인어(美人魚, Mermaid, 2016)

예술 작품은 좋다, 나쁘다하는 선악(善惡)적인 개념은 있을 수 없고, 다만 개인적 흥미로서의 좋다, 좋지 않다는 호불호(好不好)적인 개념으로 판단해야 한다는 것은 알지만, 대중적인 호응도가 개인의 의식 수준과 격차가 너무 나는데 대한 당혹감을 감출 수가 없어서 이렇게 글을 쓴다.
인터넷의 발달과 더불어 문화의 경계는 사라져가는 현실에서 국가적 태생은 무의미함을 보여 주었던 것이 몇 년 전 있었다. 2012년 발표된 가수 싸이(Psy)의 ‘강남스타일’이란 노래가 그러했다.
전 세계적으로 불리어 질 때만해도 내게 있어선 ‘사는 게 심심한 대중’의 잔치쯤으로 생각됐었다. 그 노래로 인해 인류가 상처를 받는 일은 없을 것이기에 그냥 그러려니 했었다. 어쭙잖은 국가적 자존심을 운운하는 것이 눈꼴사납게 보였지만 말이다. - 내 귀에는 외국 멜로디가 짜깁기 된 곡을 자국의 곡인 양 찬양하는 모습에서 오죽 내세울게 없나 싶은 안쓰러움이 일었었다. -
그런데 그때의 비스무리한 느낌을 주성치(周星馳)감독의 미인어(美人魚, Mermaid, 2016) 영화를 통해서 다시 느끼게 되었다. 소재가 특이한 것도 아니고, - 비록 인어를 재현한 것은 최근에 있어서 생소하지만, 특별할 만한 것도 아니기에 - 사람과 인어의 사랑이라고 하면 영화적으로 그럴 수 있겠다 싶지만 그런 줄거리가 흥미를 크게 끌만할 정도는 아닌 것 같고, 코미디 장르적 장면에서도 어디서 웃어야 할지 애매했었고, 영상미가 돋보이는 촬영기법이 쓰인 것도 아닌, 상상 그 정도의 컴퓨터 그래픽(CG)만 보인 것뿐인데, 현재 중국의 역대 흥행 탑(Top)을 장식하고 있으니 말이다.
우리나라에서 영화가 천만 관객 시대를 열면서 흥분의 도가니가 되었던 분위기와 흡사하다고나 할까? 영화가 감동과 재미를 넘어 더 이상 영감(靈感)을 불러일으키는 존재가 되기보다는 무료한 일상의 심심풀이 땅콩과 같은 소일거리로 전락해 버린 것 같은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아니면, 국가적 자존심을 내세우기라도 하듯 포장하고 싶은 것인지도 모르겠다.
연휴나 특정한 날에 개봉하여 관객몰이를 한다는 것에는 개인적으로 그 작품에 대해선 평가절하하고 싶다. 제작하는 입장에서는 보다 많은 관객의 유치에 목표를 두겠지만, 관객입장에서는 굳이 시일에 상관없이 좋은 작품을 선택하고자 할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좋은 영화는 흥행한다. 하지만 흥행했다고 해서 반드시 좋은 영화는 아니다. 반대로 좋은 영화임에도 흥행에 실패할 수 있다. 그 판단의 기준이 돈으로 평가되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